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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14일, 입원 10일차에 집으로 퇴원했다.

담당의는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매우 불행이지만, 이런 일이 일어난 사람들 중에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했다. 네이버 뇌졸중 환우 카페에 가봐도 환자 당사자보다 보호자가 쓴 글이 더 많은 것을 보면, 직접 내 병에 대해 기록할 수 있는 나는 정말 경증에 속하는 후유증만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처음 입원시에는 재활병원 이야기도 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퇴원 전 마지막 진료 시에 담당의는 병원에서 하는 재활은 내게 무의미하다고 했다.

둘째 딸이 그려준 아빠 귀가 환영 그림

퇴원 후 한달 남짓 기간, 기회 되는대로 나가서 걷기도 하고 때로는 집에서 스쿼트나 푸시업 같은 간단한 운동도 하고 있다. 그리고 책도 읽고 이렇게 글도 쓰며 일상 속의 재활을 하고 있다. 다만 앞에 열거한 모든 활동이 '가능하긴하나 발병 이전만큼 자연스럽지는 않은' 상태이다. 충분히 자연스럽게 일상 과제를 수행할 수 있게 되면 회사에도 복귀할 예정이다.

첫 외래 진료를 마치고 근처 청계천을 따라 산책을 했다.

퇴원 다음 주에는 첫 외래진료를 보러 갔다. 기존 약(혈전약, 고지혈증 약)을 조금씩 약한 것으로 바꿨고, 저리지 말라고 먹는 약(가바펜틴)은 아예 먹지 말고 있다가 도저히 안되겠으면 먹으라는 가이드가 있었다. 난 아직도 오른쪽 몸이 저린데 저 약을 빼면 어쩌나 싶었는데, 막상 안 먹어보니 딱히 더 저린 건 없는데다가 그 약의 부작용(정신이 멍하고 몸이 춥게 느껴짐)이 사라져 더 가뿐해져서 좋았다.

집 근처 산책로를 따라 종종 걷는다.

5월 2일에는 집에서 더 가깝고 더 큰 아산병원에서 첫 진료를 보았다. 약은 그대로 먹으면 되고, 젊은 나이에 이런 병이 오면 심장 쪽을 의심해 봐야 한다며 검사를 잡아주는데 검사일이 무려 한 달 후로 잡힌다. 할 수 없지. 마음 급하게 먹지 말고 느긋하게 재활하라는 하늘의 뜻인가보다. 지금은 다음 검사까지 2주를 남겨놓고 집에서 앞에 열거한 것과 같은 생활 속의 재활을 꾸준히 하는 중이다. 다행히 몸 상태는 빠르지는 않지만 그래도 꾸준히 좋아지고 있다고 느낀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좋은 날이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