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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달 전부터 예정된 난원공 개존증 시술 받으러 지난 주 입원했다. (응급상황은 아닙니다😆.)


▶ 개요


4월에 갑작스러운 뇌경색 발병 후 그 원인을 찾는 여러가지 검사를 했고,

 1) MR 촬영으로 찾아낸 원인 : 목 뒤쪽 혈관에 박리가 있어 거기서 혈전이 발생했을 가능성

 2) 경식도 심장 초음파로 찾아낸 원인 : 좌심방과 우심방 사이 '난원공'이 열려있어 정맥의 혈전이 동맥으로 들어갔을 가능성

이렇게 두 가지가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경식도 심장초음파 결과 - 젊은 나이에 뇌경색이 온 원인은 난원공 개존증

지난 6월 4일, 심장 검사를 했다. 뇌경색이 발생한 젊은 환자가 다른 뚜렷한 원인이 없는 경우 심장 쪽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신경과 의사의 말이 있었고, 나는 뇌졸중 환자로서 비교적 젊

strokesurvivior.tistory.com

그 중 1번 혈관박리는 3개월 후 추적검사(MR)를 통해 자연히 해결되었음을 확인했고, 이번 시술은 2번 난원공을 막기 위한 시술인 것이다. 예정된 날짜에 회사에 휴가를 내고 두 발로 걸어서 입원을 했다. 4월달 입원은 일하다 말고 구급차에 실려서 입원했던 것과 비교해서 훨씬 안정적이고 부담 없는 입원 방식이다 ㅋ

 

내가 움직이면 안 되는 시술이라 전신마취하고 시술한다는데, 그래도 배를 열지는 않아 '수술'이 아닌 '시술'이란다. 내 기억에는 전신마취는 생전 처음이라 걱정도 되지만 계속 좋은 쪽으로 생각하며 기다린다.

 


▶ 입원 첫날 (준비)

병동 복도 뷰. 전망 좋구먼.

병원은 최근 진료를 계속 받아오던 서울아산병원. 병실 뷰는 별거 없는데 병실 밖 복도에서는 위와 같은 좋은 전망이 펼쳐져서 위안이 된다. 입원 첫 날 저녁에 찍은 사진. 병원 밥도 먹었는데 음.... 간이 심심하니 참 몸에 좋을 것 같은 맛이다. 그쵸 병원이니까 ㅋㅋ 그래도 배고프니 다 들어간다.

병실 내 자리. (별 일 없으면) 3박4일간 지낼 곳.

 

내 자리 침대에 누워서 사진을 찍어 보았다. 이렇게 찍어 놓으니 진짜 환자라는 실감이 확 든다. 앞으로 3박4일 (별다른 사고가 없다면 !!) 지낼 곳이다.

 

첫날 저녁에 절개할 부위(사타구니, 고관절 접히는 부분) 제모를 했다. 면도칼로 미는 줄 알았더니, 제모 크림을 가져와 발라주고 덮어 놓고 십분 후 알아서 떼라고 한다. 뭔가 찜찜한 느낌으로 십분 기다렸다가 열어보니 신기하게 털이 녹아서 흐물흐물;;; 화장지로 닦아내니 털이 힘 없이 닦여 나간다. 신기하네.

 

그리고 왼쪽 팔에 줄을 연결해 주었다. 이렇게 줄 달아 놓으니 부쩍 입원했다는 실감이 든다.

 

자정부터는 금식에 들어갔다. 뭐 어차피 자는 동안이니 부담은 없다.

 


▶ 입원 둘째날 (시술)

아침의 병실 복도 전망

둘째날 아침 병원 복도 전망. 전날과 같은 장소지만 저녁 사진과는 빛의 방향이 반대라 느낌이 다르다.

 

오전에 시술이 있고 시술 후 당일은 침대에서 못 벗어난다 하니 아침 일찍 미리 화장실에서 볼일을 처리했다.

 

수술용 팬티(이상하게 생겼다...)를 입고 침대에 누워서 초조하게 기다리다보니 오전 10시 쯤 나를 데리러 온다. 수술실에 들어가서 기다리니 마취과 의사가 와서 마취약을 넣는다고 한다. 산소마스크를 씌워주고 심호흡을 하라고 한다. 크게 심호흡을 한 번 들여마셨다 뱉었다. 뭔가 약 냄새가 코에 느껴진다. 두번째 심호흡을 들여마시고 뱉었다.


갑자기 기억이 점프하여 드르륵드르륵 이동 중인 침대 위에서 정신이 난다.

"시술은 잘 끝났나요?" - "네 잘 끝났어요." - "지금 몇시죠?" - "11시XX분이예요."

 

시간은 한 시간 남짓 지났고 회복실로 옮겨 누워있게 되었다. 두꺼운 이불을 덮어주었는데 조금 지나니 덥다. 가까이 온 간호사에게 말하니 체온 유지 때문에 필요하다며 체온을 잰다. 36쩜 몇. 이불을 조금 걷어준다. 저어쪽 누워 있는 다른 환자는 체온이 35쩜 몇이란다. 휴, 나는 회복이 잘 된 편이구나.

 

대충 사오십분 누워 있었을까? 병실로 올려보내준다. 병실에 와서도 침대와 일체되어 있다. 지혈 중인거다. 뇌경색 환자니까 혈전방지제를 먹고 있어 일반인보다 지혈에 더 신경써야한다. 볼일도 침대에서 보라고 소변통을 가져다준다. 일부러 물 안 마시고 버텨서 소변통은 딱 한번 이용하고 둘째날을 잘 넘겼다.

병원 주차장에서. 하늘이 예뻤다.

위 사진 ▲: 종일 누워있느라 찍은 사진이 없어 뜬금 없지만 다음날 찍은 예쁜 사진 투척.

 

아침 시술 후 내내 꼼짝 못하고 침대에만 누워있다보니 심리적으로 답답하기도 하지만, 누워있느라 눌리는 부위가 배겨서 아프다. 시술 부위 상처도 이따금 욱씬거리지만 눌리는 발뒷꿈치와 엉덩이와 허리가 훨씬 더 고통스럽다. 시술 부위에 문제가 생길까봐 자세도 함부로 못 바꾸고, 몸을 일으켜 세울수도 없으니 고역이다. 하루도 이럴진대 내내 누워지내는 와상환자들은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까.

 

그래도 저녁 때 되니 상체를 들어 앉을 수 있게는 해 주어 다행. 자세를 바꿀 수 있으니 살겠다. 내일은 좀 일어나 돌아다닐 수 있으려나…


▶ 입원 셋째날 (회복)

오전에는 심전도, 엑스레이, 심장초음파 검사도 했다. 공포의(...) 경식도 초음파는 아니고 그냥 가슴 위로 하는 초음파였는데, 공기방울 혈관에 넣어 좌심방 우심방 통과하는지 체크하는 검사를 하더라. 검사 결과 다행히 난원공은 막힌 것으로 확인 된 듯.

 

셋째날은 살살 걸어도 된다 하여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병원 마당 산책도 하고 병동 내도 돌아다녔다. 

한강 전망이 보이는 병원 내 정원

근사한 한강 전망이 보이는 병원 내 옥상정원. 우리 병실 최고 오래(무려 6개월) 계셨던 분이 내게 퇴원 전날이니 꼭 보고 오라 권해주셔서 신관 7층 정원에 왔다. 역시 와 볼 만 하네! 저녁 먹고 나처럼 한강 보러 나온 환자 분들로 북적북적.

옥상정원에서 본 한강

병동을 둘러보니 한강 쪽 전망 나오는 병실은 죄다 1,2인실을 배치해 놓았고 건강보험 되는 6인실은 죄다 주차장 전망인 듯 하다. 비싼 병실 머무르는 사람은 위와 같은 전망을 병실에서도 볼 수 있는 것. 냉정한 자본의 논리를 실감했다. 그나마 잠깐 다녀온 한강 전망 옥상 정원은 나같은 6인실 입원자에게도 차별없이 열어주니 감지덕지!


▶ 입원 넷째날 (퇴원)

병원 앞마당에서...

시술 후 질문이 많았다.


제일 궁금한 것: 🚴🏼자전거🚴🏼 타도 되나요? 혹시 심장 터져 죽는거 아니죠?😂😂 혹시 숨차게 운동하면 혈전 확률이 올라가나요??

두번째 궁금한 것: 코로나 백신 언제 맞으면 되나요?

 

그런데 정작 시술 당일 오후 담당 의사 선생님 회진 때는 경황이 없어 아무것도 못 물어보았다. 다음 날 회진 때 물어볼 수 있을 줄 알았더니 휴일이라 회진이 없다고... 이제 퇴원인데 어떡하냐 했더니 퇴원하는 날 당직 의사 선생님 만날 수 있게 해준다는데 어떤 분인지 내 질문에 대답해 줄 수 있는 사람일지… 그리고 막상 퇴원일 되니 당직 선생님 만날 시간을 정해줄 수 없다고 마냥 기다려야 한단다. 그래서 그냥 담당 간호사 선생님 설명을 듣고 나왔다. 다음번 외래진료까지 휴대폰 메모장에 질문 잘 모아두려고 한다. 입원은 했는데 의사랑 이야기 하기 생각보다 힘드네. 😭


그리고 퇴원 후 며칠 안에 진료 있을 줄 알았더니 거의 한달 후에 진료 잡힘… 네… 인기 좋은 큰 병원이라는건 이런거군요.

 

SNS에 난원공 개존증 시술 받은 사람 찾아보면 어째 나같은 중년은 드물고 다 애기들이야. 예전에는 기술이 지금만큼 발달 못하여 나같은 사람이 전혀 모르고 그냥 살다가 갑작스러운 뇌경색을 맞았지만, 요즘은 애기 때 벌써 난원공 여부 발견해서 미리 조치하는 듯. 애기들아 아프지 말고 씩씩하게 자라렴!!